[오마이뉴스] "취약계층 노인·여성이 다수인 '초단시간노동자', 언제까지 이대로 둘 건가"

3기알바연대
2022-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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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금요일 오전 10시,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초단시간노동자 증언대회 및 제도개선 토론회'가 진행되었다.


증언대회와 토론회는 기본소득당 국회의원 용혜인과 알바연대가 공동주최하여 성사된 자리로 1부 증언대회는 초단시간노동자들이 현장에서 겪는 열악한 환경에 대한 초단시간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듣는 자리였고, 2부 제도개선 토론회는 초단시간노동자가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음을 공유하고 이들에 대한 처우 개선이 시급함을 함께 확인하는 자리였다. 여기서 초단시간노동자는 근로기준법상 주휴일, 연차 유급휴가, 퇴직금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주15시간 미만 노동자를 말한다.


"사실상 24시간 근무, 금액은 최저임금 계산... 우울증까지 겪고 있다"


1부 증언대회는 여러 부문의 초단시간노동자들이 각자의 부문에서 초단시간노동자가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얼마나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는지를 공유하는 자리였다. 돌봄 부문의 재가요양보호사, 문화예술 부문의 지자체예술단원, 대학 부문의 대학강사, 노인 부문의 노인일자리 사업 종사자가 모였던 이번 증언대회를 통해 초단시간노동자들이 처한 열악한 환경을 서로 공유할 수 있었다.


서울요양보호사협회의 박은숙 재가요양보호사는 "나의 일은 사실상 24시간 365일 풀노동에 가깝지만 거기에 대한 임금은 최저임금 1시간 30분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계산된다. 그나마 과거에는 4시간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계산되었지만 정책이 후퇴하면서 현재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엄청난 노동에 비해서 턱없이 부족한 보상으로 인해 삶의 질이 떨어지는 것을 넘어 우울증까지 겪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하는 돌봄노동에 대해서 공정하고 합리적인 보수를 받고 적절한 휴식 및 치료를 받으면서 일하고 싶다. 돌봄노동자들에게 그러한 환경이 만들어져야 노인이 나이 들어서도 존엄성 있는 삶을 유지하면서 존경받는 사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김민정 공공운수노조 경기문화예술지부의 조직쟁의부장은 "지자체예술단은 지역의 브랜드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문화 향유를 통해 지자체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역할을 맡고 있다. 하지만 지자체 조례로 설립되는 것 때문에 운영의 안정성이 매우 취약해 부당해고와 같은 예술단 해체 결정이 내려지기도 했다"고 구조적인 취약성을 짚었다.


그는 이어 "단원들이 주15시간 이내 초단시간노동 형태로 위촉되고 있는데 그로 인해 근로기준법이나 4대보험 등이 온전히 적용되지 않아, 저임금 상황에 놓이고 있다. 게다가 곡을 연주하기 위해서는 임금이 계산되는 시간 외에도 많은 연습이 필요한데도, 이에 대해서는 보상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 이런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문체부 차원에서 공공예술단에 대한 운영 가이드라인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대학강사도 열악하긴 마찬가지다.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의 김진균 대외협력위원장은 "대학강사들은 강의실 문을 열고 들어가서 강의실 문을 닫고 나올 때까지의 시간만 소정근로시간으로 판단되고 있다. (그러나) 그 외 강의를 준비하는 시간, 학생들을 평가하는 시간, 고등교육법에서 부여하고 있는 의무 연구시간들이 있지만 근로시간에 포함되지 않아 초단시간노동자로 분류되고 있으며, 퇴직금이나 건강보험 등 적용에서 제외되고 있다"고 짚었다.


김 위원장은 "그로 인해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집단적인 우울함이 형성되었고, 지난 2010년부터는 자살률이 높아지는 상황까지 나타났다. 그나마 최근 퇴직금 판례에서 실제 노동시간을 현재 소정근로시간의 3배만큼 인정해야 한다고 판결하여 퇴직금 지급 대상이 맞다고 판결하였다. 퇴직금 이외에 다른 적용제외 조항에 대해서도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공공일자리 투입... 초단시간노동자의 43%인 노인 일자리의 실상

 

노년유니온의 고현종 사무처장은 "노인일자리를 포함한 공공일자리 참여자에 대해 노동자인가, 유급자원봉사자인가라는 논란이 있지만 업무상의 형태를 보면 명백히 노동자이다. 노인일자리에서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은 적은 액수의 연금과 노인일자리 사업의 임금만으로 생활을 영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노인일자리 사업의 76%가 월 30시간, 주 9시간 일하고 27만원의 급여를 받는 공공형 노인일자리이고, 그나마 임금이 높은 사회서비스형 노인일자리는 경쟁률이 매우 높아 참여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노인이라는 상황상 근로시간을 많이 늘릴 수 없으며 사회안전망이 제대로 삶을 보장해주지 못하니 어쩌면 노인빈곤률이 높은 것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현재 초단시간노동자의 43%가 노인들인데, 우리 모두의 마지막 노동이 노인일자리 사업을 될 것임을 생각하면서 이에 대해 제대로 된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어느 정도 공통적인 요소들도 존재했다. 실제로 근로한 시간만큼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다거나, 일부 조항 적용제외로 인해서 단시간노동자(15~40시간 일하는 노동자)와 비교해봐도 턱없이 부족한 급여와 사회적 권리 보장으로 인해 생활고에 처하는 등의 공통 요소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날 제도개선 토론회에서는 초단시간노동자가 최근에 급속하게 증가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예전부터 제시되어 온 해결책들이 이제는 실행돼야 한다고 지적됐다.


먼저 '초단시간 노동실태와 쟁점'이라는 주제로 발제를 진행한 기호운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상임활동가는 "초단시간노동자 수가 계속 증가하고 있으며 사회적 취약계층인 여성, 청년, 노인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초단시간노동자라는 이유로 제도적 측면에서 배제되어 있는데 15시간이라는 기준에 대한 명확한 근거와 명분은 없다"고 비판하였다. 덧붙여 "최근 초단시간노동자 수의 증가에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부문이 공공부문인데 공공부문이 먼저 모범 사용자로서 책임을 민간에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초단시간노동자 제도 개선의 필요성과 방향'이라는 주제로 발제를 진행한 홍종민 알바연대 사무국장은 "알바노동자 실태조사에서 초단시간노동자 비율이 34%로 나오고 편의점 구인 공고 분석 결과에서 초단시간노동 일자리 비율이 61.3% 나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알바노동 시장에서는 이제 초단시간노동이 통상노동의 지위를 차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현재의 통상노동자 중심의 노동자 권리 보장 정책으로는 초단시간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할 수 없기 때문에 초단시간노동 적용제외 조항 삭제를 비롯한 제도개선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현재 정책으로는 초단시간 노동자의 권리 보장 못해, 개선해야"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박성식 정책국장은 최근 학교 현장에서 초단시간노동자들의 처우가 개선되고 있는데, 이는 이전에 계획 없이 임시로 고용했던 부분이 계획 속으로 포섭되는 과정이라고 설명하였다. 우리 사회의 초단시간노동자 문제 역시 특수한 노동형태였던 단시간, 초단시간노동이 표준노동으로 인정받는 과정에서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이자 유니온센터 이사장을 맡고 있는 김종진 이사장은 프랑스의 사례를 참고하여 불안정노동자에게 시급을 더 주도록 하는 공정성을 중심으로 하는 해결방법과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는 사회협약과 같은 해결방법이 다소 혼재되어 상황에서 방향을 분명히 해서 공론화하는 것이 논의를 더욱 촉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대석 고용노동부 근로정책기준과 주무관은 초단시간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해서 충분히 공감하고 있으며, 제도개선의 시급함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자리였다고 말하면서, 더 이상 임시적이라고 말할 수 없는 초단시간노동에 대한 인식 변화, 특히 공공부문에서부터 고용문화를 바꿔야한다는 것에 공감하며 이 부분들이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초단시간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적용제외 조항 삭제가 필요하다는 내용은 이번 토론회에서 처음 나온 얘기가 아니다. 2022 국정감사에서, 2017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더 이전에 많은 시민사회단체들과 노동조합에서 제기되었던 것이다. 초단시간노동이 일시적 노동이 아닌 일상적 노동이 되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적용제외 조항 삭제는 시급히 필요한 일이며, 초단시간노동자를 비롯한 비정규 불안정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을 위한 시작점이 될 것이다.


"취약계층 노인·여성이 다수인 '초단시간노동자', 언제까지 이대로 둘 건가" - 오마이뉴스 (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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