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쪼개져서 없어져버린 권리에도 봄은 오는가

관리자
2023-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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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면1.

얼마전 당근마켓에서 최근 6개월(2022년 9월~2023년 2월)간 플랫폼 내 당근알바 채용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를 내어놓았다. 단기알바 공고글의 67.6%는 1시간 이내에 지원이 들어왔고, 공고글의 42.5%는 10분 이내에 지원자와 연결되었다고 한다.

 

장면2.

전경련이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2년 부업자수는 54만 6천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청년층과 고령층의 증가율이 가장 높았는데, 2017년 대비 2022년 60대는 69.7%, 2030대는 37.2%, 4050대는 1.4% 부업자가 증가했다.

 

장면3.

한국노동연구원의 연구보고서 「아르바이트 노동의 개념과 특성」에 따르면 2004년 이후 알바노동의 근로시간은 계속 짧아지고 있다. 2004년 주당 32.3시간이었던 평균근로시간은 22.7시간으로 떨어졌다.

 

이 세가지 장면은 삶은 팍팍하고, 물가는 너무 높은 상황에서, 소득보전을 위해 단기알바를 뛰는 사람들의 모습으로 묘사할 수 있다. 그다지 낯선 모습도 아니다. 요즘은 하루만 할 수 있는 알바도 많으니 말이다.

 

10분만에 마감되는 알바란 어떤 것일까 궁금해하며 당근앱을 켜본다. 기사에서는 6시간에 20만원인 백화점 오픈런(매장 문을 열기 전부터 대기하다가 뛰어가는 것)알바도 있고 개 산책시키는 알바도 있다던데, 혹시 우리동네에도 내가 할만한 게 있을까 기대해 본다. 우리동네 인기알바 1위는 하루 한시간씩 매일, 6평짜리 오피스텔 청소하는 알바다. 시급은 1.8만원. 2위는 주말에 5살짜리 아이와 세시간씩 ‘적극적으로’ 놀아주는 시급 1.3만원의 알바다. 그 외에도 네이버스마트스토어 관련 간단교육하기(5만원), 싱크대 샀는데 수도연결하기(1만원), 자정 전후로 월드컵경기장 몽골텐트 철거(시급1.2만) 등 다양한 단기알바가 보인다. ‘걸어서 갈 수 있는 알바’를 열어보니 우리에게 익숙한 형태의 술집, 편의점, 베이커리에서 일하는 알바도 가득하다.

 

알바연대가 출범할 때만해도 단기알바보다는 주40시간 부근으로 일하는 알바가 주류였다. 2014년 알바천국에서 알바노동자 1249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알바노동자들의 하루평균 근무시간은 6시간~8시간이 40.7%로 가장 많았다. 8시간~10시간은 29.9%, 5시간 이하는 19.5%, 10시간 이상은 9.9% 였다. 약 8년 후, 알바연대가 조사한 ‘2022 알바노동자 노동환경 실태조사’에 의하면 조사에 응한 알바노동자 434명 중 40시간 이상 전일제노동자는 26%, 주당 15~40시간 일하는 단시간 노동자는 30%, 주당 15시간 미만으로 일하는 초단시간 노동자는 34.3%였다.

 

10년만에 알바노동의 위상이 변한걸까? 흔히 보이던 편의점의 ‘알바생’은 이제 ‘정규직’이 되어 주 40시간, 4대보험을 잘 적용받는 번듯한 ‘노동자’가 되었기 때문에 ‘알바’라는 범주에서 벗어난 것일까? 그럴 리가 있나. 10년 전보다 세상이 더욱 팍팍해졌다는 것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초단시간 노동의 증가는 하루 8시간 일하며 보장받았어야 하는 권리들을 쪼개서 없애버린 4시간짜리 일자리가 늘었음을 방증한다. 공공부문부터가 11개월 25일짜리 임시직을 고용하고, 기업은 상시업무임에도 불구하고 주15시간미만 노동자를 고용해 주휴수당, 4대보험, 연차휴가, 퇴직금 등의 비용을 절감한다. 거기에 더욱 다양해진 플랫폼 노동, 예전엔 정규직 노동자가 했어야 했던 일들의 외주화 등이 추가된다.

 

많은 사람들이 한곳에서 벌어야 할 생활비를 두곳, 세곳에서 벌고 있다. 부업의 주축인 청년세대는 당근마켓 같은 앱으로 10분안에 지금 당장 내가 돈을 쥘 수 있는 일자리를 향해 뛰어가고, 또다른 주축인 60대는 파트타임 일자리를 통해 공공근로와 연금으로는 부족한 생활비를 메꾼다.

 

일하는 동안의 시급 외에는 아무것도 보장되지 않는 초단시간 노동자들의 권리는 어떻게 보장되어야 할까. 주40시간 노동과 주말알바를 함께하는 투잡러, 공공근로와 편의점 알바를 함께하는 60대, 주14시간 알바를 3개하는 청년, 건바이건으로 정산받는 단기알바노동자 등 기존의 근로기준법이 담지 못한 우리 시대의 노동과 노동자에 대한 보호를 말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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