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문재인 정부의 16.4%, 이 수치의 의미

3기알바연대
2022-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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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1만원 운동, 10년을 돌아보며 ③] 


문재인의 소득주도성장


문재인 전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로 처음 등장한 때는 2012년 제18대 대통령 선거다. 출마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은 최저임금에 대한 정책으로 차별성을 드러내고 싶어 했다. 2012년 5월 당시 국회의원이었던 문재인 전 대통령은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통해서 최저임금 개선에 대한 자신의 의지를 천명했다. 기본 골자는 2017년도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해 최저임금의 수준을 노동자 평균임금의 50% 수준으로 만드는 것이었다. 당시에 노동계를 비롯해 시민사회의 요구를 받은 것인데 결과적으로는 박근혜가 당선하면서 최저임금에 대한 정치인 문재인의 계획은 일단락되었다.


이어 19대 대통령 선거에 다시 출마를 결심한 문재인 전 대통령은 다시금 최저임금 인상에 의지를 밝혔다. 초기에는 구체적인 인상폭과 도달 수준을 밝히지 않았으나 단계적으로 올려서 저임금 노동자들의 빈곤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선거 시기를 약 2달 남긴 시점부터는 최저임금을 만 원 수준으로 이행하기 위해 인상률을 단계적으로 높이겠다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 원을 공약화했다.


문재인 정부는 첫 임기에 최저임금을 16.4% 인상했다. 유의미하게 높은 인상 폭을 보여주었으나 딱 거기까지였다. 최저임금 산입범위를 확대하면서 임금 인상 효과를 상쇄시켰다. 최저임금 인상을 반대하는 목소리에 문재인 정부는 대안을 제시하는 편이 아니라 계획을 후퇴시키는 쪽으로 기울었다. 표면적으로는 을과 을의 갈등을 해결한다는 식으로 최저임금 인상률을 바닥으로 내렸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 이데올로기는 소득주도성장이다. 헌데 정부가 소득을 주도하지도, 성장을 지속시키지도 못했다. 호기롭게 시작했지만 이도 저도 아닌 선택으로 최저임금 인상의 필요성과 그 운동의 맥락은 무너졌다. 거기에 문재인 정부에 대한 국민의 지지 하락은 최저임금 인상 요구에 대한 부정적 해석을 강화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득 분배 효과와 저임금 노동자의 소득 개선 효과가 분명히 확인됐음에도 불구하고 최저임금 인상이 나쁜 결과를 초래한 것처럼 이야기되었고 거기에 대해서 제대로 대응을 하지 못했다.


16.4%만큼의 한 걸음


최저임금 1만 원 운동을 감히 망라해보면 운동에는 여러 축이 있었다. '저임금 일자리 타파', '노동 존중', 그리고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생존권' 등이다. 사고로 죽지 않는 안전한 일자리, 인간다운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임금 수준과 저녁 있는 삶 등 다양한 가치가 최저임금 만 원에 녹아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이 모든 문제를 최저임금으로 해결할 수 있는가 하면 절대 아니다. 각각의 문제들은 연결되어 있더라도 각각의 해소법들이 필요했다. 매우 당연한 말이지만 이런 당연함을 간과한 게 아닐까 싶다.


최저임금의 수치를 어떻게 변화시키고, 그 숫자에 어떤 요인을 반영하고 경제적으로 판단하기 위한 준거들을, 수치를 조정하고 등등... 이게 전부라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없다. 갈등을 숫자로 해결하는 건 임시처방에 불과하다. 이를테면 공공일자리의 경우 사업 자체는 확대되었지만 주15시간 미만 초단시간 노동자를 양산해내 공공영역에서의 저임금 문제와 불안정 일자리 문제를 심화시켰다. 이것에 대해 어떤 이데올로그들은 그래서 공공일자리가 아니라 민간 일자리를 확대해야 한다고 하는데,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다. 아무튼 이런 식의 사회적 지표가 단기간에 개선된다고 해도 우리 사회가 그만큼 한 발 나아갔다고 보기엔 어렵다는 것이다. 숙의가 확대되도록 지속성을 확보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최저임금 만 원 운동은 시의성과 힘을 잃었지만, 그럼에도 중요한 건 지난 10년간 시민사회의 연대 속에서 계속 질문을 던져왔다는 것이다. 최저임금 운동은 16.4%만큼이 아니라 10년을 유지해온 힘만큼 사회를 바꿔왔다고 생각한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건 지난 10년간의 운동을 이어 다음 10년은 어떤 운동으로 사회에 질문을 던질지 고민하는 힘이다. 파편처럼 나뉘는 사람들에게 연대의 숨결을 불어넣을 수 있는 힘이기도 하다. 2023년 최저임금이 9620원인데, 2024년은 1만원(4% 인상)을 당연히 넘어야 한다. '지금 당장 1만 원'이 10년 걸릴 줄 누가 알았을까.


날씨도 정치적으로도 추운 시간대에 우리가 살아가고 있다. 이런 조건 속에서도 얼마나 걸릴 지 모르는 변화들을 불러일으키려는 사람들이 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기도 하고 글을 쓰는 나이기도 하다. 당신과 내가 이 추운 겨울을 잘 버텨내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이 글을 통해 최저임금 운동 지난 10년에 대한 소회로 앞으로 더 잘해보자는 연대의 응원을 남긴다. 투쟁!


문재인 정부의 16.4%, 이 수치의 의미 - 오마이뉴스 (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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