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 4000원도 안주는 데 최저임금 1만원이요?

3기알바연대
2022-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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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1만원운동, 10년을 돌아보며 ①] 


10년 전인 2012년에 난 20살이었다. 당시 시급 3900원의 카페 아르바이트를 했다. 2012년의 최저임금은 4580원이었다. 형편없는 최저임금 수준이었는데 그마저 제대로 받지 못했다. 일주일에 5일, 8시간씩 카페 알바를 했다. 최저임금으로 계산하면 주급 18만3200원을 받아야 했다. 더 정확히는 주휴수당까지 더해 21만9840원을 받았어야 했다.


실제 내가 받은 주급은 15만6000원이기 때문에 매주 6만3840원의 무료 노동을 한 셈이다. 최저임금, 휴게시간, 주휴수당 그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지켜지는 게 없던 일터였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어딜 가나 이런 상황이었다. 내 또래의 알바에게는 이런 일이 부지기수였고 받지 못한 6만3840원은 달래기 좀 어려운 아쉬움 같은 것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내게 최저임금으로 1만 원을 요구한다는 구호가 들렸다. 듣자마자 헛소리라고 생각했다. 당장 4000원도 안 주는데 만원? 세상 물정 모르는 바보들의 구호라고 생각했다. 6만3840원의 무료 노동은 당연하고 최저임금 만원은 헛소리라고 생각하는 세상이었기에 나 역시 그 구호에 냉소를 보냈다.


그러나 그 구호는 2012년 12월 제18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무소속 김순자 후보의 공약이 됐다. 2013년에는 알바연대가 등장하면서 최저임금 1만 원의 목소리를 본격적으로 모아내기 시작한다. 임금체불이 합리적이라고 착각하고 있던 세상에 그 반대급부의 새로운 생각이 필요하다는 듯 최저임금 1만 원의 불꽃이 튀기 시작했다.


"사회 양극화가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심화되고 있고 본격적인 저성장 시대가 열리고 있다. 고통분담을 강요할 것이 뻔한 자본과 정부에 맞서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높여갈 것이다. (중략) 바닥을 향해 추락하는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불안정 노동을 개선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최저임금을 획기적으로 인상하는 것이다." - 2013.01.02. 알바연대 출범식 발언 인용


근로기준법이 지켜지지 않는 게 상식인 사회에 최저임금 1만 원은 분명 '미친 소리'였다. 근로기준법조차 지켜지지 않는 일터와 아르바이트는 매년 늘어났기에 이 상식이 바뀔 거라고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알바연대의 활동은 상식을 뒤흔들고 알바 노동자에게 알바도 사람답게 사는 세상의 모습의 상상을 불어넣었다.


적어도 내게는 그랬다. 저성장 시대, 비정규직 불안정 노동자, 프레카리아트 이런 말을 이해하지 못했지만 6만3840원의 무료노동은 당연한 게 아니라는 목소리는 곧 나의 목소리가 됐다. 달래지 못하는 아쉬움 같았던 임금체불 문제를 사회적 문제로 환기하고 실질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사람들이 주변을 메우기 시작했다.


아르바이트도 노동자라니까요


알바연대와 최저임금 1만 원 운동은 아르바이트 노동자, 최저임금, 청년담론, 열정페이 등 다양한 영역에 영향을 줬다. 기성 노동운동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의 문제를 사회적 문제로 환기했을 뿐 아니라 아르바이트 노동자를 주체로 호명했다.


노동운동의 주체로서 아르바이트 노동자를 광장에 세웠다. 알바연대는 "알바생이 아니라 알바노동자입니다"라고 선언했다. 전태일 열사가 외쳤던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가 다시 등장한 것 같았다. 그러나 이 감상은 어디까지나 내 개인적인 감상이었다. 아르바이트 노동자의 최저임금 운동은 소수의견에 불과했다.


대공장 정규직 중심으로 조직돼 있던 노동운동, 노동조합은 비정규직이나 그보다 더 열악한 아르바이트 노동자는 부수적인 문제가 되기 때문에 그 자체로 한계가 있었고 시민사회의 움직임은 그 속도에 맞춰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다.


그 바깥에서 알바연대는 아르바이트 노동자를 조직했다. 임금체불, 산업재해, 갑질 등 아르바이트 현장이 개선되지 않아 고민하는 알바 노동자들이 모였다. 그 어디에도 속하지 못했던 사람들이 모였다. 모인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은 당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저임금 1만 원 인상을 촉구했다. 이뿐만 아니라 고용노동부, 프렌차이즈 본사 등 아르바이트의 노동권을 보장하지 않는 곳들을 대상으로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전했다.


"GS25, 파리바게트, 롯데리아, 카페베네, 고용노동부를 알바 5적으로 선정했다. 기업들은 매출 규모가 몇백 % 성장하면서 당기순이익이 수백억 원에서 수천억 원에 달하는데도 알바들은 여전히 최저임금을 받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대기업 프렌차이즈의 횡포를 수수방관하고 있다." - 2013.02.28. 알바연대 알바5적 선정 기자회견 발언 인용


2010년대 초만 해도 청년을 착취하는 일터와 그로 인한 청년의 고통을 합리화하는 경향이 강했다. 열정페이가 강요되었고 김난도 교수의 저서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300만 부 이상의 실적을 기록하고 있었다. 알바연대의 최저임금 1만 원 요구와 아르바이트 노동자들의 권리 찾기 운동은 이 경향과 맞부딪혔다. 근로기준법 등 관련법조차 지키지 않으면서 뻔뻔한 태도를 보여준 사용자들과 체불임금 수준이 낮다며 몇 푼 주듯이 합의 보게 했던 고용노동부 근로감독관에게 가만히 있지 않겠노라 경고장을 날렸다. 미친 소리 같던 최저임금 만원의 외침은 세상을 바꾸기 시작했다.


4000원도 안주는 데 최저임금 1만원이요? - 오마이뉴스 (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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